'정리해고'에 해당되는 글 463건
- <사람을 보라> 사진전 2011.11.12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4 -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2011.11.11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3 - 쌍용자동차 심리치유센터 '와락' 2011.10.30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1 - 17번째 타살과 김정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 2011.10.13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0 - 김진숙 지도위원 2011.09.30
- 4차 희망버스 2011.08.29
- 사람을 보라 2011.08.24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8 - 김진숙 지도위원 2011.08.21
- 사진집 『사람을 보라』 출간 2011.08.21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7 - 이용대 한진중공업노조 대의원 2011.08.16
-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몰래 귀국 관련 기자회견 중 김진숙 지도위원 전화통화 내용 2011.08.10
- 백기완 선생님 2011.08.08
- 소금꽃사진관에서 2011.08.08
- 신유아 2011.08.05
-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6 - 김진숙, 한진중공업 2011.07.25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4 - 한진중공업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20111110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지브크레인 아래. 309일의 크레인 농성을 마치고 약속대로 살아서, 걸어서 내려온 김진숙 지도위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익 씨도 이렇게 걸어 내려왔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309일 동안 한시도 잊지 못한 이름이 김주익, 곽재규였습니다.
4도크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309일을 어떻게 버텼냐고 얘길 하지만,
그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시간들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동지 여러분, 이제 해고자, 비해고자의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100프로 물론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지만, 저나 여러분들 최선을 다했습니다.
오늘의 이 시간들로 먼저 간 동지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투쟁 기간에 서로간에 앙금이 있었다면 그것도 깨끗이 씻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 출발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고맙습니다.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3 - 쌍용자동차 심리치유센터 '와락'
20111030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집중 심리치유센터 '와락' 개소식
이정아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전 대표
참고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기억 저편으로 그리고 가슴 저 밑바닥으로 밀어붙여놔야 우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야 된다, 용산참사로, 그해 용산참사가 있었는데 그때 돌아가신 분들도 많으셨는데 우리는 남편이 살아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참고,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세월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정혜신 박사님과 많으신 분들, 명진 스님과 레몬트리 공작단 분들, 박혜경 씨 등 많으신 분들 저희가 만났고요. 그분들을 만나서 상담을 받으면서 아, 우리가 굉장히 힘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리고 굉장히 힘들게 살았구나. 그리고 끔찍했던 기억들, 그 기억들을 가슴 속에 담아두지 말고 내뱉어야 살 수 있다는 거 그때서야 알고 제가 많이, 그 기억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 많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많이 홀가분해졌고요. 저희가 가진 이 여유로움, 제 스스로 저 스스로 이제 좀 칭찬해 주고 싶은데 저 스스로 제가 그 기억들에서 한 단계 좀 나아가서 한 발을 딛고 조금 성숙해진 느낌을 가집니다.
제가 가진 이 넉넉함으로, 여유로움으로 다른 분들, 차마 여기 나오지 못하고 아직도 숨어있는 많은 쌍용차 가족들 손 내밀어서 꼭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감사드리고요. 하루하루가 요즘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1 - 17번째 타살과 김정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
추모사
권지영 가족대책위 대표
다 늦은 저녁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에서 입고 있던 대로 반바지를 입은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추웠어요. 밤바람이 너무 차다.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거기에 적혀진 그동안 알고 지냈던 이들의 이름을 보다...
하나씩 하나씩 연락처를 삭제하고 찍었던 사진들을 지우고 통화했던 기억을 지웠다 했습니다.
몇 달동안 집밖에 나가지도... 누굴 만나지도...
면도도 않고 이발도 않고 그 청년은 무얼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 마음은 정말 온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차가운 벌판에 홀로 서서 그 바람을 다 맞고 있었겠구나... 그랬겠구나...
이젠 돈도 없고... 다른 일을 할 자신도 없고...
동료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지도 못했고... 회사는 다시 들어갈 기약도 없어 보이고...
뭘 하지?
뭘 할까?
수만 가지 상상과 이야기를 머릿속에서만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자기를 얼마나 미워하며 힘들어했을까? 이 아까운 청년이...
한참 회사가 차를 많이 만들어 팔던 그때,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을 한다고 모두들 신나던 그때 입사를 했대요.
주,야간 맞교대를 돌며 열심히 쇠판을 차에 갖다 붙이고 볼트를 조여 무쏘를 만들고 렉스턴을 만들었대요.
지금 계속 회사를 다녔으면 올해로 딱 10년차 노동자가 되었을 청년이에요.
세상에 딱 둘뿐인 가족,
엄마랑 둘이 살던 고 김철강 조합원.
아들이 회사서 그리 되고... 일도 안하고... 그냥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속이 상해도 내 새끼 나아지겠지, 저러다 좋아지겠지, 무슨 일이야 있겠냐 그러셨대요.
고인이 세상과 작별해야지 하던 날,
오랜 관절염으로 병원에 다녀와 약 한봉지 먹고 또 일 가는 엄마한테 ‘엄마 아픈데 일 좀 쉬어’ 했대요. ‘이눔의 자식, 니가 일을 안 하고 그러고 있으니 엄마라두 일을 해야지’ 그랬더니 그 착하고 순한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더래요.
미안하고 안쓰러워 ‘엄마 괜찮아, 안 아퍼, 괜찮아 철강아’ 고개를 숙이는 아들 모습이 맘에 짠해 그래서 김치도 볶아놓고 찌개도 끓여놓고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어 아들 밥 먹이려고 그렇게 해놓고 아들을 찾았는데... 그 아들이 그걸로 마지막이었어요.
이젠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없게 그걸로 마지막이었어요.
이렇게 사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살 수 없는 것도 힘들고 길도 안 보이고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는 공장 밖으로 밀려난 수천의 노동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을 반복하며 살고 있겠지요.
알 수가 없어요. 내가 뭘 잘못한거 같지는 않은데...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고 억울해 죽겠는데...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거에요.
세상은 날마다 이런일 저런일이 생기며 저만치 가 있는데... 나만 계속 그 자리서 길을 못 찾고 동동거리는 불안한 느낌.
더듬이가 잘려버린 곤충처럼 갈피를 못 잡는 그 어지러운 마음.
정리해고자,징계해고자,무급휴직자,희망퇴직자, 각기 다 다른 이름으로 나뉘어져 누군갈 원망하고 싶고 그런 자신이 참으로 가치없고 형편없다 학대하는 생활의 연속.
해고되고 파업하고 그렇게 제 자릴 찾을 수 없이 나를 망가뜨리며 살아가는 수천의 사람들.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아이들이 가출을 반복하고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도 힘에 겹고 버거운 사람들.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수가 없어요.
'남편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게 몇 달이 된 거 같다. 담배조차 퇴근길에 사다줘야 핀다'는 아내의 걱정, 그런 걱정이 대단하게 큰 걱정거리도 되지 않은지 오래된 우리들 모습, 너나없이 다들 그러니까...다들 그렇게 힘드니까...
한 때 쌍용차를 다니며 집에서, 이웃에서, 고향에서 번듯한 직장인으로 인사하고 인사받던 건강하고 듬직하던 그들은 이렇게 쉽게 닿지 못하는 섬이 됩니다.
검은 밤바다속 비바람과 파도를 그냥 혼자 맞으며 조금씩 깍여져나가는 아무도 가지 못하는 버려진 섬.
이러다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아무 일도 아닌 일상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무섭고도 지독한 상상이 자꾸 되풀이돼요. 아니 이미 우리 곁에 조용히 와 앉아있는 것은 아닌가?
희망없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돌고 도는 바이러스 같은 죽음이 말이죠.
계속 이렇게 툭툭 꺾이는 청춘을 얼마나 더 봐야 하나? 이렇게 속 아린 추모사 같은 걸 얼마나 더 쓰고 읽어야 하나? 지난번에 말했어요. 이제 고인 앞에 두 번 다시 이런 죽음을 만들지 않는다 하는 다짐같은 거 않겠다고 이젠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어야하니까...
그랬는데 채 몇 달 되지도 않아 또 같은 소리를 해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해야 될지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지.
제발 이 시간이 끝나려면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저 회사가 답해줘야 할거 같은데... 회사가 어려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해결하고 싶으면 돈 갖고 와라. 이런 소리 하지 말고 계속 젊은 가장들이 청춘들이 죽는 걸 사는 것보다 쉽게 선택하는 나라가 아니게 하려면 회사가, 정부가 방법을 찾아줬으면...
정리해고가 시행되고 나서 여기저기 해고로 인한 다툼과 상처와 피해가 크다는 걸 지난 10년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면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좀 찾아내 줘야죠.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회사가 커지고 돈을 벌었으니, 그런 노동자들의 노동이 이 땅을 이렇게 키웠으니...
그러라고 정부가 있는거잖아요. 일하는 많은 사람이 살기 좋게 만들려고 정치도 있는 거라면서요. 우리는 지금껏 차고 넘치게 힘들었어요
.
죽지않고 기쁘게 일하면서 살 수 있게... 이 어리숙하게 순해빠진 이들이 행복하게 노동하며 살 수 있도록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주세요.
깜깜한 바다 한가운에 홀로 떠서 속으로 수천 번 눈물을 흘리고 닦기만을 반복하는 외로운 섬같은 이들에게 등대를 보여주세요.
동료를 또 이렇게 보낸다는 한없는 죄스러움까지 이들에게 보태어지라고 마시고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는 것으로 또 다른 임무창이 강종완이 김철강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저 지금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저 그것이...
그렇게라도 여기 이렇게 서있는 우리가 고인께 좀 덜 미안할 수 있게...한없이 미안하고 또 안타깝지만 쌍용차 실직자들이 자기 스스로 저를 가두는 힘든 결정을 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버티고 서있겠습니다.
앳된 얼굴의 무표정한 영정사진속 젊은 청년이 그저 이젠 덜 괴로웠으면... 이젠 이것저것 힘겨웠던 삶의 짐들 다 내리고 그저 편안하세요.
잘자요...편안하게...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00 - 김진숙 지도위원
한 조합원의 전화를 통해 얼굴 보다. 점점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늘어가는...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8 - 김진숙 지도위원
전화통화 내용
고맙습니다, 여러분. 김진숙이 이렇게 많은데 조남호는 하나도 안 보이는군요. 우리 조합원들이 김진숙이고, 여러분들이 김진숙이고, 희망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김진숙이고, 정리해고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김진숙입니다.
85호 크레인은 서울에도 있고 인천, 수원, 광주, 전주, 울산, 충청도, 강원도, 그리고 제주에도 있습니다. 희망버스가 오기 전까지 한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았습니까? 희망버스가 없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도 않았고 조남호가 영구 닮은 걸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희망버스는 절망 속에 갇혀 있던 우리 조합원들에게 기꺼이 손 내밀어 주셨습니다.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향해 내밀었던 그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그 손은 생명의 손이었고 평화의 손이었습니다.
쓰러진 이를 한 번도 일으켜보지 않은 자들이 어찌 이 손의 따뜻함을 알겠습니까. 우는 사람의 눈물을 한 번도 닦아 준 적이 없는 자들이 어찌 연대의 의미를 알겠습니까. 정리해고가 어떤 건지, 해고된 이후로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저들은 모릅니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정리해고 철회해 달라고, 일곱 살짜리 아이가 조남호 아저씨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쓰는 나라에 우리가 삽니다. 같은 사원아파트에서 태어나 같이 자라고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아빠가 산 자, 죽은 자로 나뉘면서 친구마저 잃은 아이들입니다.
검은 옷 입은 용역들에게 아빠가 끌려나오는 걸 본 이후 검은 옷 입은 사람만 보면 운다는 아이들입니다. 가족들을 그려보라니까 아빠가 없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아빠랑 같이 목욕가는 거라는 저 아이들. 목이 마르면 정수기로 가는 게 아니라 화장실 수도꼭지 물을 받아먹는 저 아이들. 이 슬픈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합니까. 눈이 짓무르도록 울었던 저 아이의 엄마들이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길에서 울고 집에서 울던 저 아이들이 급식 때문에 학교에서마저 울어야 하는 차별의 대물림은 끝내야 합니다. 생목숨을 죽여 놓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를 모른다는 저들의 뻔뻔함을 끝내야 합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뜸을 들이고 최대한 어눌하게 말하라는 각본에 따라 ‘영구 없다’ 놀이를 하는 저들의 가면을 이제는 벗겨야 합니다. 그 영구만들기 프로젝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인내력과의 싸움이다. 시종일관 똑같은 말을 시종일관 어눌하게.’ 과연 인내의 대마왕이십니다.
저 사람 잡는 인내를 꺾으려면 4차 희망버스는 더 커져야 합니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합니다. 크레인 중간지점 사수대 신동순 동지가 오늘로 단식 6일쨉니다. 오늘까지 단식을 만류하느라 조합원들에게도 알리지를 못했는데 결국 신 동지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리해고 철회는 물론 용역들이 밥그릇까지 열어보고 금속탐지기를 들고 생필품마저 금지하는 비인간적인 처우와 이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에 온몸으로 맞서는 단식입니다.
희망버스 기획단과 승객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변함없는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저는 설날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우리 사수대 동지들 추석만큼은 가족들과 보내게 해주십시오. 4차 희망버스가 그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십시오. 희망버스가 승리의 버스가 되는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7 - 이용대 한진중공업노조 대의원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살려야 할 '김지도'는 한진중공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몰래 귀국 관련 기자회견 중 김진숙 지도위원 전화통화 내용
그동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도에 애써 주신 기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진중공업은 계속되는 정리해고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당해왔습니다. 2년 사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삼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울산, 마산 등에서도(?) 설계실 등이 차례차례 폐쇄돼 왔습니다.
이런 문제에 책임을 진 조남호 회장님이 국회 청문회가 결정되자 해외로 출국하면서 문제들이 점점 커지고 해결이 지연됐었습니다. 이제 귀국을 하셨다니까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그리고 이미 전국민적 근심이 돼버린 정리해고 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하시리라 믿습니다. 노동자에게 왜 해고가 살인인지, 쌍용차에서 왜 열 다섯 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깊이 생각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2003년 똑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나 목숨을 끊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런 과거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노사 모두에게 상처가 됩니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칠십 삼년을 피땀 흘리고 청춘을 바쳐서 일궈낸 공장입니다. 그런 노동자들이 길거리가 아니라 일터로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한나라당에 말씀드립니다. 제가 217일 동안 초지일관 요구한 건 정리해고 철회입니다. 정리해고만 철회되면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갑니다. 청문회를 빌미로 저도 내려오게 하면 이 사태를 무마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정리해고가 정당했는지 그 과정들을 낱낱히 밝혀 주시는 게 집권당의 임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의 청문회 참석을 조건으로 청문회를 수용하겠다는 주장은 한진 재벌을 비호하자는 의도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막대한 흑자가 난 기업에서 그 흑자를 만들어낸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을 더이상 울리지 마십시오. 더이상 죽이지 마십시오. 아빠가 회사에 복직하는 게 소원이라는 열한 살 아이의 눈물을 더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
늦었지만 부디 이제라도 노동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저를 비롯한 이 크레인에 올라와 있는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무사히 내려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땅에서 더이상 정리해고가 없기를, 비정규직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들과 희망버스를 타셨던 분들의 한결같은 염원이고 소원입니다.
고맙습니다.
2011년 8월 10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백기완 선생님
20110808 서울 정동 민주노총 '4차 희망버스 대국민선언 기자회견'
20110730 부산 영도 3차 희망버스. "3시간 반 동안 꽝꽝 막힌 영도의 골목골목을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죽어라고 걸어 마침내 찔뚝찔뚝 젊은이들이 모인 곳에서 남몰래 한숨을 지었습니다."
아, 흙 한줌, 흙 한줌씩만 -왜 김진숙을 살려야 하는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누를 수 없을 만치 끓어오르는 한마디가 있어 붓을 들었습니다.
저는 입때까지 있어온 ‘희망의 버스’를 세 번 다 탔습니다. 다짐했던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진숙을 살려내자, 그 한마음일 뿐, 갖고 간 것은 흙 한줌이었습니다.
아내가 무엇 하러 그런 걸 갖고 가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말을 안 했습니다.
높은 무쇳덩이에 216일째 올라 있는 그에게 뿌리를 내릴 흙 한줌을 보태자 그거였지요.
하지만 한 번도 주진 못했습니다.
1차 때는 허리춤에 찼다가 경찰 방패에 떨어뜨렸고, 2차 때는 부산역에서 영도까지 모진 빗속을 걷다가 홀랑 젖어버렸고, 3차 때는 영도다리에서부터 막혀 뚫다가 짓이겨졌고. 그래도 그날 밤 8시부터 3시간 반 동안 꽝꽝 막힌 영도의 골목골목을 네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죽어라고 걸어 마침내 찔뚝찔뚝 젊은이들이 모인 곳에서 남몰래 한숨을 지었습니다.
아, 이 좁은 영도에 경찰 7천, 경찰 앞잡이 여러 천이 김진숙을 살리자는 저 눈물겨운 물살을 이렇게까지 자근자근 짓밟는 까닭은 무엇인가.
손출(간단)하다. 썩어문드러진 재벌과 이명박 정권은 그 생각, 그 체질, 그 욕구가 일치하는 동업관계다. 그래서 김진숙을 죽게 하자는 것이구나. 영도의 밤은 새벽까지 무더운데도 소름이 오싹, 넋살(정신)을 차려 김진숙을 그려보았습니다.
김진숙은 누구일까.
저 높은 무쇳덩이에 올라 재벌 돈벌이의 판을 깨는 불법 난동분자일까. 그래서 죽어 마땅한 괘씸한 노동자일까. 아니다, 아니라고 세면바닥을 질렀습니다.
김진숙은 ‘살티’다, 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살티란 목숨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몸뚱아리의 목숨하고는 다릅니다. 제 몸에서 배어나는 땀으로만 살아가는 목숨이요, 둘레의 사람과 누룸(자연)하고도 잘 어울려 살아가는 목숨이니, 그게 바로 김진숙이다, 이 말입니다.
그가 무쇳덩이에 올라 목숨을 건 것도 정리해고 철회하라, 아니면 못 내려간다, 딱 그거이니 그가 살티가 아니라면 무엇이겠어요.
그렇습니다. 김진숙은 많은 사람들이 나만 잘살겠다, 내가 이겨야 한다고 피투성이의 다툼만 하는 이 고얀 돈의 논리, 이기적 개인주의 문명을 갈라치는 살티라. 그의 요구를 들어야지 그를 끌어내리려 해선 안 된다. 그건 오늘의 삶의 모범을 죽이는 거라, 절대로 안 된다. 끌어내려야 할 건 썩어문드러진 재벌이지 우리들의 살티, 김진숙이가 아니라고 땅을 쳤습니다.
아, 참말로 김진숙은 누구일까요. 그야말로 ‘서돌’이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서돌이란 짓밟힐수록 불꽃이 되는 대들(저항)을 뜻합니다. 그래서 서돌은 사람이 사람으로 설 수 있는 마지막 불꽃이면서 아울러 창조, 창작의 원천이요, 갈마(역사)의 모든 끌힘(추진력)은 거기서 나온다고 했으니 그 서돌을 지피질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 불꽃이 없으니 실바람에도 몸을 못 가누는 허제비가 되는 겁니다. 어려운 말로 좌절, 절망의 맨 끝자락, 허무주의의 늪으로 굴러떨어지는 타락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더구나 오늘의 이 문명은 그 허무주의를 강요하는 던적(병균)입니다. 그리하여 탈이 든 사람들은 다투어 이 썩은 문명에 한 다리라도 걸치려고만 드는 꼴입니다. 교육이 그러하고, 철학이 그러하고, 옳음이 무너지고, 누룸(자연)이 쌔코라져도(망해도) 나만 차지하겠다고 갈기갈기 찢어버려 너덜이가 된 이 땅별(지구)의 캄캄한 어두움, 여기서 김진숙이만이 꺼져가는 이 땅별의 서돌을 한사코 지피고 있는 겁니다.
저 불 꺼진 무쇳덩이 위에 번덕번덕 빛나는 불꽃이 그거라니까요.
그 안간 불빛에서 깨우침을 받아야지 그것에 최루재를 뿌리다니, 그건 참의 살육, 서돌의 살육이라. 이명박 정권도 물러가고, 조남호 회장도 물러가야 한다고 세면바닥을 굴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참말로 김진숙은 누구일까요.
이 겨락(시대)이 낳은 가장 어먹한(위대한) ‘찰’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찰이란 시라는 뜻의 우리말이지요. 어디서 나왔느냐. 샘에서 나왔습니다. 저 덤삐알(산자락)의 찬샘은 물을 찰찰 넘쳐 둘레의 메마른 땅을 적시지만 그것을 제 것이라고 하질 않습니다. 또 쉬질 않고 찰찰 넘치는 까닭은 한때라도 멈출 것이면 그 맑은 샘도 썩습니다. 그러니까 찰이란 걸레를 짠 구정물이 아니라 찰찰 넘쳐흐르는 변혁인 것이니, 그 찰 김진숙은 참말로 무엇일까요. 모든 살티(목숨)와 노니는 한마음, 창조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김진숙이는 눈물의 샘이요, 등짝엔 땀방울의 샘, 예술입니다. 소금쟁이는 내버려두어도 달이나 별도 눌러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썩는다고 엎어버리는 변혁의 샘, 예술인데, 거기다가 시뻘겋게 펄펄 끓는 무쇳물을 붓겠다니 그건 김진숙만 죽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의 예술을 죽이려는 범죄라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인류는 이명박 정권과 한진중공업 조남호한테 그런 막심(폭력)을 내준 적 없으니 그들에 맞서 싸워 김진숙을 살려내야 합니다. 거기에 노동문제 해결, 인간문제 해결이 있고, 썩은 문명 대 새 문명 창조의 싸움이 있으니 희망의 버스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이어져 김진숙을 살려야 합니다. 못 살리면 인류의 역사, 문명을 폐기해야 합니다. 사람인들 무슨 낯짝으로 살겠어요.
그러나 길은 있습니다. 너도나도 흙 한줌씩이면 됩니다. 그것으로 저 빈텅(공중)에 매달려 뿌리를 내리고자 해도 흙 한줌이 없는 그에게 흙을 쌓아주면 그가 이깁니다.
왜냐, 김진숙은 바로 그 자리에서 살티를 세우고 서돌을 지피고 찰을 지을 찰니(시인)이니까요.
그래서 온 땅별 모든 이들에게 이릅니다. 한번쯤 눈을 들어 이 안타까운 한반도, 영도를 보아줄 순 없을까요. 높이 솟은 저 무쇳덩이가 보이지요. 그게 바로 이 땅의 한 찰니가 올라 사람됨의 뿌리를 내리고자 가슴은 퉁퉁대지만 한줌 흙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는 빈텅입니다.
뜻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깨우침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손길을 잡아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줌 흙입니다. 아 한줌 흙.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6 - 김진숙, 한진중공업
“(발언)준비를 많이 했는데 배가 고파서 못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 어르신들, 동지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스물 여섯에 해고돼서 이제 쉰 둘. 저는 반평생을 해고자로 살았습니다. 맛있는 것도, 좋은 옷도 다 복직하면 먹자, 복직하면 사 입자, 복직하면 운전면허 따서 좋은 데도 가 보자 그렇게 오십이 넘었습니다. 이런 아픔들을 제 동료에게, 동생들에게 다시 물려줄 수는 없었습니다. 불과 2년 남짓한 사이에 3천 명이 쫓겨난 이 공장에서 저는 (더는)잃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절망은 결코 희망을 꺾을 수 없습니다. (농성)100일이 되는 날 심었던 방울토마토를 오늘 수확했습니다. 이 거친 곳에서도 희망은 그렇게 피어납니다. 잘 지키고 잘 키워내겠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고맙습니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