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 점거 - 이윤엽

절박하다.

1800일을 지킨 농성장을 부수러 온 포크레인을 기륭노조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이 온몸으로 막고 급기야 그 꼭대기에 올라섰다. 앉으면 불안하고 서면 고압선이 닿아 어쩔줄 모르는 그 위에서 낮에는 쪼그리고 밤에는 웅크리며 일주일 넘게 버티고 있다.

소변은 어떻게 볼 것이며 잠은 어떻게 자고 무엇을 씹어 삼켜야 반생이처럼 굳은 몸들이 펴질까? 맘이 아리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하다.

포크레인 아래 그들만큼 절박한하게 살면서도 말을 할 줄 모르고 말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포기한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그 절박한 삶들의 목소리로 매일매일 온몸으로 외치고 또, 보여주고 있다. 

- 이윤엽(판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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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72

20101016 기륭 구사옥 앞.

오후 들어 경찰이 포클레인 위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을 연행하러 접근하자 송 시인은 물러가지 않으면 손을 놓아버리겠다며
전깃즐 하나만들 잡고 포클레인 끝에서 몸을 기울였다. 저 상태로 거의 3시간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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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72

20101016 기륭 구사옥 앞.

오후 들어 경찰이 포클레인 위 김소연 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을 연행하러 접근하자 송 시인은 물러가지 않으면 손을 놓아버리겠다며
전깃즐 하나만들 잡고 포클레인 끝에서 몸을 기울였다. 저 상태로 거의 3시간을 버텼다. 경비실 옥상에서 단식농성 중인 윤종희·오석순 조합원이 경찰을 향해 물러가라고 절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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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69

20101015 기륭 구사옥. 옥상농성 63일 단식농성 3일차.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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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65

20101015 기륭 구사옥. 옥상농성 63일 단식농성 3일차.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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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64

20101015 기륭 구사옥. 옥상농성 63일 단식농성 3일차. 송경동 시인, 유흥희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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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63

20101015 기륭 구사옥. 옥상농성 63일 단식농성 3일차. 김소연 분회장,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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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28

20100725 경기도 여주 신륵사 여강선원 옆. 송경동 시인의 작품을 본 뒤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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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KIRYUNG -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터 210

20091114 부산 민주공원. '우리는 일하고 싶다!' 展. 박행란 조합원이 송경동 시인의 시를 읽고 있다.

너희는 고립되었다
- 기륭전자 비정규 투쟁에 부쳐


                                   -송경동


가난한 인력시장에서
불법으로 언제든 살 수 있는
68만원짜리 싼 기계들이 있었다
1년만 쓰다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순박한 기계들이 있었다
그 기계들도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고
빨개지는 볼을 가지고 있었다
예, 예 말 잘 듣는 입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쉬지 않는 손과 발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계들은 하루 8시간 서 있기만 해도
돈을 벌어주는 희한한 기계들이었다
무엇보다 임대사용료가 터무니없이 싸고
수리비도 따로 지불하지 않고
사용 후 재처리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너희는 이 희한한 임대업에 맛들여
무려 200여대의 기계를
불법으로 공장에 빼곡히 들여놓았다
따뜻한 장사,
너희의 입이 기쁨에 찢어질 때
기계들의 손발은 부르텄고, 가랑이는 찢어졌다
그게 우리였다

도저히 참지 못해, 우리가
싸디싼 비정규기계가 아닌
어디 하나 하자도 없는 정규사람임을 외쳤을 때
너희는 본보기로 수십대의 기계를 대책없이 내다 버렸다
불법으로 쫓겨날 수 없다고
빼앗아 간 나의 시간, 나의 노동을 돌려달라고
일손을 멈추고 요구하자
너희는 용역깡패들을 채용했다
무섭지 않냐고, 겁나지 않냐고
허리를 부수려놓겠다고 팔다리를 꺾어놓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 우리가
말 잘 듣는 기계로 다시 돌아갈 줄로
너희는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꺾이지 않았다
연약하게 팔딱이던 심장은 강철이 되어 갔고
움츠렸던 어깨가 펴졌다
불끈 불끈 쥔 두 주먹이 하늘을 찔렀고
목청은 습기없이 잘 말라 드높았다

너희들은 놀라서
그것이 빛 때문일까 싶어 전기를 끊었고
그것이 부드러운 물의 힘일까 싶어 수도를 끊었고
그것이 곡기일까 싶어 밥 주던 것을 끊었다
그것이 혹 저 바깥의 얼굴들 때문일까 싶어
철문 사이 사이를 틈 하나 없이 꽁꽁 메웠다

하지만 우리는 더욱 빛나는 보석처럼
여물어져 갔다. 너희가 막아선
캄캄한 공장 안에 갇혀서도
우리는 희망의 소리를 들었고
해방의 빛을 보았다
그것은 전선을 타고 오지도
녹슨 상수도 관을 타고 오지도 않았다
그것은 오직 우리들 마음 속
한 점 각성의 빛으로 타올랐다

까닭을 찾지 못한 너희는
그것이 혹 꿈 때문일까 싶어
썩은 법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미래에 22억원에 달하는 가압류딱지를 붙였다
그것이 혹 총명한 지도부 몇 때문인가 싶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일꾼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래도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다
망설이지도 수그려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의 불꽃은 점점 커져
함께 모여 있으면 우리는
봉화불처럼 거대하게 보였다

까닭을 찾지 못한 너희는
수억짜리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우리와 우리를 보호하는 동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했다
겁에 질린 너희들은
우리에게 공장 일부의 소유권을 넘겨주겠다고 했다
그간 빼앗아 간 우리의 시간,
우리의 노동, 우리의 사랑을 돌려줄테니
제발 너희들을 놓아달라고
사정했다. 애원했다

하지만 너희들은 아직도
무엇이 우리를 단결케 하는지
투쟁하게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미 우리가 우리만이 아님을
이미 우리가 우리의 미래만이 아님을
너희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전사
850만 비정규직의 해방을 향해 달리는 전사
너희의 교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깨부수는 전사
이윤밖에 모르는 너희의 부패한 머리에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심는 희망의 전령들
거짓 민주주의의 역사를
거리에서 새로 쓰는 역사의 새 페이지들
닳아진 사랑과 연대의 다른 이름

그 이름을 향해
우리는 오늘도 넘어간다
너희가 막고 선 허위의 벽을
위선의 벽을 넘어
너희의 타락과 불의와 가벼움을 넘어
기필코 우리는 간다
차별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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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죽으라고 자꾸 찍는 거야?" - 문정현 신부님


20100906 서울 명동성당. 만만찮은 싸움을 또 하고 계신 문정현 신부님. 송경동 시인, 김소연 기륭분회장과 함께.

"빨리 죽으라고 자꾸 찍는 거야?  사진 많이 찍히면 빨리 죽는다는 말 있다더라."
설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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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망루

20100605 마석 모란공원

하늘 망루
용산철거민 민중열사 묘비 제막식에 바친다 

                                                 송경동

당신들은 가셨는데
내 몸 안의 화기는 가시지 않습니다

돌돌돌 흐르는 강물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넋놓은 마음을 씻어봐도

숲 사이로 부는 신선한 태고의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걸으며 머리를 식혀봐도

내 가슴의 분노
제 가슴의 미움과 저주는 풀리지 않습니다

하늘 망루
용산철거민 민중열사 묘비 제막식에 바친다

아직도 입이 마르고
피가 쏠리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그러나 이제
파란 샌드위치 판넬집을 떠나
정말 파란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이제는 편안하시길
그날 뜨겁게 솟구쳐 오르던 흰 연기의 숨막힘도 악몽도 공포도 잊고
저 하늘의 하얀 구름들에게 위안 받으시며
그날 빨갛게 다가오던 수천도의 화염과는 다른
따뜻한 태양의 위로 받으시며
차가운 빗물에도 젖지 마시며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1년동안의 념을 통해
말끔히 깨끗이 씻기워진 영혼들이여

우리를 앞서 가
저 하늘 망루에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짓고
새 생활에 분주할 님들이시여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지금 여기 우리처럼 속닥속닥 즐거우실 님들이시여

여기 우리들 함께 살았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시절들에 대한
작은 묘비 하나 세워두고
우리 다시 투쟁의 길로 나서니

부디 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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