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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nesty International from Digital District™ VFX Post-Pro on Vimeo.

Amnesty International advertising, simple and powerful, cool work of the candles! 
agency : TBWA
director : Pleix
production : Warm & Fuzzy
post-production : Digital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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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거짓말





 



천안함 침몰의 진위에 대해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지난 6월 3일 전(前)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인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그란마>에 기고를 통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카스트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은 국내에서도 몇몇 신문들의 단신 보도로 화제가 되었지만, 그 전문이 공개적으로 번역되어 소개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에 번역을 해서 옮겨봅니다. <그란마> 영문판 홈페이지에 올라온 카스트로의 글을 번역했음을 알립니다. (번역 임승수)

 
(원문 주소 : http://www.granma.cu/ingles/reflections-i/23reflex1-junio.html)

 제국과 거짓말

 나는 이란과 북한에 관해 두 개의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글들은 핵무기와 관련해서 임박한 전쟁 위험을 설명하는 글이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는,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 제안한 해법에 대해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면 문제가 풀렸을 것이라는 나의 견해를 얘기했다. 이란의 경우는,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행동 때문에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좌우된다. 이스라엘은 미국 덕분에 핵보유국이 되어서 그 어떤 강대국의 제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953년 6월,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동맹국인 영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슬람 혁명을 무너뜨리고 모함마드 레자 팔레비 왕을 옹립했을 때,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처럼 팔레스타인 지역 대부분, 그리고 시리아의 일부, 인근 요르단 지역을 차지하고 있지 못했다. 그 지역은 당시 아랍군단이 방어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랍군단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현재 핵탄두를 장착한 수백기의 로켓이 미국이 제공하는 최신식 항공기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아랍국가이건 아니건, 무슬림이건 아니건, 목표물의 수 미터 안에 떨어질 수 있는 이스라엘 미사일의 행동반경 안에 들어가는 역내 모든 나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5월 30일, 내가 ‘제국과 마약’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한 그때에,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의 고향이었던 땅의 좁은 지역에 갇힌 15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서 식량, 의약품 등을 싣고 가던 구호선에 잔인한 공격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거리, 여가, 공부, 가족문제 등 먹고 살기 위해 필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 행성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볼 여유가 없다. 짐짓 고상한 척하며,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둘러싼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도처에 깔렸다. 그런 사람들은 기뻐하며 웃을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현실들을 침착하게 관찰할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보며 안도감을 느낀다.

 정말 이상한 조작극이 있다. 북한이, 첨단기술로 설계되고 광대역 소나 시스템과 수중 음파 탐지기를 보유한 남한의 천안함을 남한 쪽 해역에서 침몰시켰다고 한다. 북한은 이런 끔찍한 짓을 해서 남한 해군 40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내가 이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막강한 권한이 있더라도, 그 어떤 정부가 공식 지휘체계를 통해 국적선을 어뢰로 침몰시키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단 한순간도 김정일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나는 결론을 내릴만한 판단근거들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중국이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미국이 통제불능의 이스라엘 정부 때문에 (이란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6월 1일 저녁 늦게,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밤 10시 30분, 나는 베네수엘라 TV의 유명 프로그램인 “보고서”의 앵커 월터 마르티네즈의 예리한 분석 내용을 들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남한과 북한 각각에게 서로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새 지도자가 여론을 등에 업고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 문제를 풀기위해 일을 벌였다는 것이다. 하토야마의 민주당은 선거에서 엄청난 지지를 얻었는데, 그것은 선진국이자 부자나라가 된 일본에 65년이 넘도록 주둔하면서 마치 일본의 심장부를 단검처럼 겨누고 있는 미군기지를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글로벌 리서치>를 통해서 알려진 정말 놀라운 정보들이 있다. 워싱턴 DC에서 일하는 탐사 보도 기자 웨인 매드센이 쓴 글 덕분이다. 그는 소식통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 정보들에 따르면, 그는 다음과 주장했다. “남한 해군 대잠함인 천안함에 대한 공격은 북한이 한 것처럼 보이려는 위장공격으로 의심된다.”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려는 주요한 목적중 하나는 일본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가 오키나와 해군기지를 이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하토야마는 천안함 침몰로 조성된 긴장 때문에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했다고 인정했다. 하토야마의 이런 결정 때문에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사회민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와의 집권 중도-좌파 연정이 무너졌다. 이는 워싱턴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천안함은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했는데, 그곳은 남한의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 끝 지점이며 북한 해안선의 맞은편에 있다. 백령도는 요새화되어 있으며 해안선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북한 해안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대잠함인 천안함은 최첨단 소나를 장착하고 있다. 게다가 광대역 수중청음기와 음파 탐지기를 구동하고 있었다. 남한의 소나와 오디오에는 어떤 어뢰나 잠수함, 소형 잠수함의 증거도 없었다. 당시 인근에는 다른 선박의 항해도 없었기 때문에 침몰 당시 바다는 고요했다.”

 “하지만, 백령도는 한미합동 군사정보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S)이 이 기지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 당시 그 지역에는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에 참가중인 네 척의 미해군함이 있었다. 의혹의 어뢰 파편의 성분 분석 결과는 그것이 독일제임을 보여준다. 네이비 실은 위장공격을 은폐하기 위해서 유럽산 어뢰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베를린은 북한 어뢰를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은 이스라엘과 잠수함 및 잠수함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독수리 훈련에 참가한 USNS 살보(Salvor)가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백령도에 가까이 있었던 것도 의문이다.”

 “살보는 미해군 소속 민간 구조함인데, 2006년 태국만(the Gulf of Thailand)에서 태국 해병대의 기뢰설치작전에 참가했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이 구조함에는 12명의 심해 다이버들이 있었다.”

 “급히 기차를 통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온 북한 김정일이 결백을 주장한 것에 베이징은 만족했으며, 베이징은 천안함 침몰에서 미국 해군, 특히 살보의 역할에 관해 의혹을 가지고 있다. 의혹은 다음과 같다.”

 “1. 살보는 바다 밑 기뢰설치작전에 참여했다. 다시 말해서 대잠기뢰를 바다 밑에 수평으로 붙이는 작업을 했다.”
 “2. 살보는 바다속 기뢰들에 대해 정기검사와 유지보수를 하고 있었는데 검사 중에 기뢰들을 작동 모드로 놓았다.”
 “3. 네이비 실의 다이버가 남한, 일본, 중국의 여론에 영향을 끼칠 비밀계획의 일환으로 천안함에 자기기뢰(magnetic mine)를 부착했다.”
  “한반도 긴장 때문에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베이징과 서울 방문해서 다뤄질 다른 모든 의제들은 쉽게 묻혔다.”

 그래서 미국은 아주 쉽게 중요한 문제를 처리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이 이끄는 연합정부를 붕괴시킨 것이다. 물론 다음과 같은 비싼 대가를 치뤘지만.

1. 동맹국 남한을 심각하게 공격했다.
2. 미국의 적인 김정일의 일처리 기술과 신속함을 돋보이게 했다.
3. 중국의 주석이 개별적인 행동을 취하고 주요 지도자를 보내 아키히토 일왕과 총리 및 일본의 주요 인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중국의 지도력이 부각되었다.

정치 지도자들과 세계의 여론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들을 꿰뚫어보는 비판정신과 양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피델 카스트로 루즈
2010년 6월 3일
오전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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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망루

20100605 마석 모란공원

하늘 망루
용산철거민 민중열사 묘비 제막식에 바친다 

                                                 송경동

당신들은 가셨는데
내 몸 안의 화기는 가시지 않습니다

돌돌돌 흐르는 강물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넋놓은 마음을 씻어봐도

숲 사이로 부는 신선한 태고의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이고 걸으며 머리를 식혀봐도

내 가슴의 분노
제 가슴의 미움과 저주는 풀리지 않습니다

하늘 망루
용산철거민 민중열사 묘비 제막식에 바친다

아직도 입이 마르고
피가 쏠리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그러나 이제
파란 샌드위치 판넬집을 떠나
정말 파란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이제는 편안하시길
그날 뜨겁게 솟구쳐 오르던 흰 연기의 숨막힘도 악몽도 공포도 잊고
저 하늘의 하얀 구름들에게 위안 받으시며
그날 빨갛게 다가오던 수천도의 화염과는 다른
따뜻한 태양의 위로 받으시며
차가운 빗물에도 젖지 마시며

하늘 망루로 오르신 영혼들이여
1년동안의 념을 통해
말끔히 깨끗이 씻기워진 영혼들이여

우리를 앞서 가
저 하늘 망루에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짓고
새 생활에 분주할 님들이시여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지금 여기 우리처럼 속닥속닥 즐거우실 님들이시여

여기 우리들 함께 살았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시절들에 대한
작은 묘비 하나 세워두고
우리 다시 투쟁의 길로 나서니

부디 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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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eillance 2010 by Will Varner

Surveillance 2010 by Will Varner.

Just how closely are we being watched? This piece by illustrator Will Varner, called Surveillance 2010, makes us think twice about that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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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진실'

강의 진실 _ 4대강 사업의 진실 by 푸른영상 from simock on Vimeo.

전국의 4대강 사업 현장을 기록한 영상입니다.
수원교구공동선실현사제연대, 4대강사업저지를위한천주교연대, 푸른영상이 공동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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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terview with Howard Zinn

하워드 진: 뭔가 바뀌도록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이상 결코 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뭔가 마법같은 획기적 책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투쟁, 시위, 농성, 시민불복종 같은 것을 넘어서는 뭔가 대단히 획기적인 마법같은 만병통치약이 있을거라고 믿는 것 같아요. 오직 꾸준하고 일반적인 투쟁과 저항만이 있을 따름입니다. 베트남전을 끝낸 것은 좌파진영이 뭔가 새롭고 극적인 뭔가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행동들이 오랜 시간을 버티고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매체를 통해서는 뭐가 진행되는지를 알 수가 없어요. 저는 전국의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가서 이야기 합니다.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천여명이 모였어요. 저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너그럽고 선하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들은 정보가 부족할 따름이지요.


HZ: The responses are never adequate, until they build and build and something changes. People very often think that there must be some magical tactic, beyond the traditional ones-protests, demonstrations, vigils, civil disobedience-but there is no magical panacea, only persistence in continuing and escalating the usual tactics of protest and resistance. The end of the Vietnam War did not come because the Left suddenly did something new and dramatic, but because all of the actions built up over time.

If you listen to the media, you get no sense of what's happening. I speak to groups of people in different parts of the country. I was in Austin, Texas recently and a thousand people showed up. I believe people are basically decent, they just lack information.

                                                                                                  by Howard Zinn and Shelly R. Fredman ; Tikkun; May 22, 2006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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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에서


"자식은 한국에서 낳은 두 명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이오. 여섯이나 대학까지 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안 해본 사람은 몰라. 밤낮없이 일만 했소. 놀아본 기억조차 없이."
"자식들을 밭에 데리고 가서 일을 시켰더니 손이 아파서 밭을 못 매겠대. 그럼 돌아가라! 그게 싫으면 연필 쥐고 손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공부해봐라 했지. 그 정도 했으면 공부도 알았겠지."
지금은 아내와 딸, 사위와 함께 지낸다.

"내 노력이 부족해서 저쪽(한국)에서 묏자리는 못 마련했어."

 - 김영동 金暎東 1918년 1월 21일 출생 / 85세 / 경상북도 안동 출신 / 5남매 / 시마네 현 마쓰에(松江) 시 히가시아사히(東朝日) 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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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에서

"다재다능이야말로 무서운 생의 함정이지요. 이것저것 착수를 해보면 조금씩 되거든요? 그 재미에 빠지다간 자칫 호사가가 되고 말 공산이 큽니다. 정진을 못하고.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누구나 다 각자 제 할 수 잇는 일의 선수가 되어야 할겁니다. 농사면 농사, 살림이면 살림, 그리고 민족운동, 혹은 독립운동, 같은 것 말이지요. 또 교육을 맡은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나라의 번영에 앞장서는 일꾼들은 모두 이 불우한 시대의 선수들입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 선수가 되어야겠습니다."

자못 수긍이 간다는 말투로 강태도 한 마디 거들었다.

"혁명에도 선수가 있습니까?"

강태는 어쩌면 그렇게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묘한 일이지요. 선수들이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다하여 제 존재의 영역을 보다 넓고 높게 개척하는 사람들일텐데, 그 재능을 부여 받은 부분에 가장 극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단 말입니다. 꽃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꺾이기 쉬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축구 선수는 다리뼈 성할 날이 없고, 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금이 가거나, 삐거나 하니까요,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무릎 성할 날이 없지요. 넘어지는 것이 곧 달리기 선수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위험한 일이지요.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선수는 훌륭한 것 아닐까요?"

두석의 단호한 음성에 쇳소리가 심지처럼 박혀 있었다.
그는 이미 그때, 자신의 생에 피할 길 없이 들이닥칠 엄청난 상처를 감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선수는 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몸을 바치는 존재지만,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의 잠재욕구를 대신 짊어지고 싸우는, 이중적인 존재입니다."

산간의 밤은 깊어 호젓해지는데, 두석은 결연히 말했다.

9권, 이두석의 말.

"느낌이 스치면 이미 업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9권, 도환스님의 말.

처음 만난 사이에도 오랜 지기와도 같은 낯익음이 우러나고, 십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마음이 흐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군말이 필요가 없다.

9권.

구름의 뿌리가 바위라 하던데요."
"바위를 운근이라고 하니까."
천 근 같은 바위가 어떻게 그 뭉침을 풀면 저 하늘의 구름이 되고, 형체도 정처도 없이 가벼운 저 구름이 어떻게 마음 내리면 이 무거운 지상의 바위가 되랴.

9권, 도환스님과 강호의 대화.

"오르고 내리고 칠반생을 하는 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을 겪으며 그만큼 더욱더 수행이 되어 견고한 공덕이 쌓인다는 뜻이겠지요?"
"선한 노력은 인간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향상시키고, 악한 노력은 끝없는 업을 지으니까요. 작업."
"일하는 것을 작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어원은 불교에 있는 말입니다. 나를 움직여 일을 한다는 것은 곧 행위를 말하고, 그 행위가 무엇이냐에 따라 업이 다르게 지어지지요. 행위에 대한 노력이 수행이니까, 일을 한다는 말은 업을 짓는다는 말과 뜻이 같은 동의어예요."
"참, 소스라칠 사건이구만요. 그런 뜻인 줄 몰랐습니다."
등골이 떨린 강호가 놀라 전율한다.

9권, 도환스님과 강호의 대화.

도환은 뾰족한 돌멩이로 바닥에 도표를 그린다.
"이 신장들은 다 명확한 소속이 있습니다. 동방지국천왕 휘하에는 비사사와 건달바가 있는데, 비사사는 식혈육귀라, 무시무시하지요? 그런데 건달바는 참 독특한 신장이에요. 술과 고기를 일절 안 먹고 향기만 맡는 음악의 신이 바로 건달바거든요."
"건달바...라니, 저...무위도식하는 건달...하고는 혹시 무슨 상관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재치있게 묻는 강호한테 도환은 선선히 대답한다.
"상관이, 있습니다."
"예?"
강호가 공연히 민망하여 반문한다.
"생활 속에 널리 퍼져 뿌리가 깊던 불교 용어가 의미 전이를 일으킨 것이지요. 술과 고기를 안 먹는다는 면이 일을 안한다는 것으로, 향기만 맡는 음악의 신이라는 점이 주색잡기에 빠져 빈들거린다는 것으로."
"거, 참."
"그런 말은 이 외에도 많습니다."
"조선의 오랜 숭유억불 정책이 불교에서 쓰이는 언어의 비하에 영향을 끼친 바 클 터이고, 많이 쓰여 흔해지면 높던 말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왜."
"맞는 말씀이에요."

9권, 도환스님과 강호의 대화.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

지나치게 공손한 것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는 말이니,
"무엇이든지 정도에 맞아야 어색하지 않은 법인데, 안하던 짓 하면 귀신도 놀래서 밥을 굶어."
"예?"
"너, 이런 이약 들어 봤냐?"
샛노랗게 광채 나는 놋화로에 담긴 잿불을 다둑이며 청암부인은 말했다.
"전에 어느 아무 문중에 명색 없는 종이 하나 있었는데, 평생토록 뼈가 빠지게 일만 하다가 죽었더란다. 그것이 하도 서러워서 종의 자식이 불쌍한 아배 원혼을 달래 주려고, 죽어서나마 어디 양반 대접 한 번 받아보시라고, 제사 때를 당하여 무슨 수를 썼는지, 마음씨 좋은 샌님한테 통사정을 해 가지고, 신주는 감히 못 쓰니 지방 한 장 써 주시라. 필적을 얻어서는 제상을 차릴 적에, 홍동백서, 어동육서를 제가 어찌 알 것이랴. 얻어 온 과일인가, 꾸어 온 생선인가, 종놈의 신분에 정성만은 갸륵해서 상이 넘치는 것을 샌님이 기특히 여기고 한 장 자알 써서, 유우세에차아 모년 모월 모일... 낭랑하고 엄숙하게 읽었더란다."
이만하면 생전에 못 살아 본 양반의 세상을, 귀신이 되어서라도 흉내내 보았으니 여한이 없으렷다.
"샌님이 돌아가고, 종의 자식은 흐뭇하여 깊은 잠이 들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꿈속에 봉두난발 머리를 풀어헤친 제 아배가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나타나 두려워서 벌벌 떨며, 배가 고파 못 견디겄다. 식은 밥 한 술만 달라. 고 우는 게 아니냐."
종의 자식이 이 말에 소스라쳐 깜짝 놀라며,
"아니 아배, 이게 무슨 말씀이요, 그 맛난 떡에, 국에, 온갖 전이며 붉은 사과 흰 배, 그리고 생선, 고기, 술과 포, 식혜를 다 어쩌고, 무엇을 먹었길래 배가 고프다 하십니까... 했겄지?"
종의 아배는 갈고리 같은 손으로 잔뜩 주린 배를 움켜쥔 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자식놈한테 하소연을 했더란다.
"말도 마라, 야야."
송췽이는 솔잎을 먹어야고, 물괴기는 물속으서 살어야는디. 이날 펭상에 넘의 집 종노릇 이골이 나서 손바닥에 굉이가 백이드락 일만 허다 죽은 내가, 오늘은 귀신이 되야 느그 집에 제삿밥 조께 얻어 먹으러 왔다가, 기절 초풍을 해서 똑 두 번 죽는 지 알었다. 느닷없이 생전에 못 먹어 보던 음석들이 울긋불긋 그뜩그뜩 채려진 제사상도 당최 나 멕기에는 낯설고 겁나는디. 내 가서 앉어야 헐 자리에는 대관절 무신 소린지 알도 못헐 먹글씨 진서로 쓴 지방이 몬야 와 터억 붙어 있길래, 나는 무섭고 주눅이 들어서 벙거충이맹이로 그 저테 차마 가들 못허고 빙빙 돌기만 했니라. 그거이 꼭 나 쫓아낼라는 부적맹이드라. 그러다 하도 배가 고파서, 머이라도 한 덤벵이 먹어 보까아... 싶드마는, 아이, 야. 그 서릿바람 호랭이 같은 샌님은 또 왜 어디로 가도 안허고 그렇게 사청왕맹이로 상 옆에 딱 버티고 서서, 사람 에러와 죽겄는디 숨도 못 쉬게, 귀신보고 이래라아, 저래라아, 점잖허신 문자를 우렁우렁 외어댄다냐이. 종놈은 본대 상전이라먼 죄 진 것도 없이 오갈이 들고, 쌍놈은 그저 양반이라먼 갓끈 비쳐도 몸썰이 나지 않냐, 왜.
그런디 상전의 샌님이 유식허게 문장 격식을 갖촤 축그장 읽어 주싱게로, 좌불안석, 몸둘 바를 몰라 나는 무색허고 횡송해서 진땀이 다 나드라. 엥게붙은 목젖에 물 한 모금 못 적시고, 저 멀고 머언 황천길을 터덕터덕 갈랑게, 배도오 고프고 다리도오 아퍼서, 가다가 기양 도로 왔다. 아이고, 나 밥 한 숟구락만 도라.
"아니, 이거이 먼 소리여, 시방."
종의 자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에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혼곤히 젖은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훑어 닦으며,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짚신을 꿰어신고 잰걸음을 놓아 샌님에게로 내달아 갔다. 큰 일이 난 것이다. 오밤중에 들이닥친 종의 자식이 하는 말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샌님은, 그 길로 다시 종의 집으로 가, 제상을 새로 차리라고 일렀다. 헌데 이번에는 아까와 사뭇 다를 것이, 홍동백서, 어동육서는 물론 따질 것도 없어 무조건 수북수북 담아다가 아무렇게나 상 가운데 놓아두고, 떡이며 전도 귀 맞추어 모양 나게 담지 않고 마구 섞어 고깔을 만들었다. 나머지 제수며 나물들도 마찬가지로 그저 허벅지게 퍼담기만 하였다. 그리고는 지방도 모시지 않았다. 종의 자식은 이 두서없는 제상 앞에 빨깡 쪼그리고 앉아 향을 피우고 술을 따랐다. 그러자 샌님은 뒷짐을 지고 벽력같이 큰 소리로
"바우야아."
호령을 하듯이, 귀신이 된 종의 아배 생전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다가 딱 한 마디.
"많이 처먹어라."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휭 자리를 떠버렸다. 이럴 수가 있을까. 아무리 종놈의 제사라도 제사는 제사인데. 종의 아들은 몹시 마음이 아프고 처량도 했으나, 도리가 없어서, 그냥 밤새도록 상을 뻗대 놓고 앉았다가 새벽녘에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또 웬일인가. 주린 배를 갈고리같이 움켜쥐었던 아까의 얼굴은 간 곳이 없고, 어느결에 화안히 밝아진 낯색으로 웃으며 나타난 종의 아배는, 모름달같이 둥시르르 부른 배를 낙낙하게 두드렸다.
"어이, 자알 먹었다. 나는 갈란다."
"그래서 종의 자식이 크게 깨닫고, 이후로는 않던 짓은 안했더란다."

10권, 강모의 기억 속, 청암부인과 율촌댁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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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 이면우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이면우

슈퍼엔 통조림이 많다 정어리 통조림은 싸다
배움이 짧아 고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나는
정어리 통조림을 꾸준히 선택한다 누구도 이의를
달진 않지만 때로는 저녁 식탁의 젓갈질이 늘어지는 걸 본다
그렇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나는 엄숙히 선언한다
통조림을 믿지 말라, 그 속엔 아직 정체가 안 밝혀진
맹독이 숨어 있어 언제 뛰쳐나와 우리를 꺼꾸러뜨릴지 몰라
그래 마늘과 고춧가루를 뿌려 펄펄 끓여먹는 거다 일순
섬광이 번쩍 지나가고 짧은 탄식처럼 따듯한 저녁식사는 끝났다
모두 평온하고 통조림처럼 무사한 저녁이 슈퍼엔 많다
삶에 지치지 않은 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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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경배 - 이면우

화염 경배

이면우

보일러 새벽 가동중 화염투시구로 연소실을 본다

고맙다 저 불길, 참 오래 날 먹여 살렸다 밥, 돼지고기, 공납금이
다 저기서 나왔다 녹차의 쓸쓸함도 따라나왔다 내 가족의
웃음, 눈물이 저 불길 속에 함께 타올랐다.

불길 속에서 마술처럼 음식을 끄집어내는
여자를 경배하듯 나는 불길에게 일찍 붉은 마음을 들어 바쳤다
불길과 여자는 함께 뜨겁고 서늘하다 나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래, 지금처럼 나와
가족을 지켜다오 때가 되면

육신을 들어 네게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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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동지'를 꿈꾸며...(김진숙 지도위원 편지글)

집회도 없고 수련회도 없는 휴일은 외려 잠이 일찍 깨요.
아무 일도 없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언제부터 저는 평화가 실감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걸까요.

아무 일도 없는 이상한 토요일.
아니나 다를까. 텔레비전 화면에 뉴스속보가 뜨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 뇌출혈로 입원”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입원으로 시작해서 휠체어나 마스크가 구명보트처럼 등장하는 꼴을 늘 봐오긴 했습니다만
당신은 그런 쇼를 할 사람은 아닌지라 스트레스가 어지간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10여분 후 “노무현 전대통령 사망한 듯”이라는 자막이 뜨고 그제서야 뒹굴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나날이 일구 우일구하기 여념없는 시시껍절한 방송이 중단되고 속보가 이어지더군요.
경호원, 사저뒤편, 부엉이 바위, 세영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심폐소생술, 열상 따위의 일상과 밀접하지 않은
단어들이 바퀴벌레처럼 툭툭 튀어나와 소름을 돋게 했습니다.

정신적 공황상태까진 아니었지만 불면 탓으로 약간 멍한 채로 이틀을 보냈고 월요일 아침 부산역까지 가긴 했으나 조문은 못하고 역 광장을 몇 바퀴 빙빙 돌다 왔습니다.
선뜻 신발을 벗고 절을 하는 문상객들의 거리낌없는 몸놀림이 참 부럽다고 생각하며.
잠이 안오대요.

다음 날 다시 부산역엘 갔습니다.
역 광장을 또 빙빙 돌다가 그냥 돌아가면 다시 닥칠 불면의 밤이 성가셔
문상객들의 뒤에 얼른 붙어 섰습니다.
방명록에 몇 줄 쓰기도 했습니다. 잠을 자야하니까.

“오랜 세월 동지였고 짧은 시간 적이었습니다.
90년 변호사 접견 오셨을 때처럼
봉하마을 어딘가에 앉아 각자의 위치가 만들어 낸
그동안의 원망과 미움들을 두런두런 털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곧..
고맙고 죄송합니다.“
 
90년. 제가 첫 징역을 살 때였습니다.
접견을 오셨었지요.
보통 변호사 접견은 재판 전날 와서(사실 재판 전날도 안 오는 변호사도 많습디다만)
재판절차를 일러주고 이빨도 맞추고 하는데 재판날짜와는 아무 상관없는 시기였던지라
많이 의아했던 만큼 20년 전인데도 이리 생생하네요.
접견실에 먼저 오셔서 기다리시더군요.
보통은 재소자들이 한 시간 이상씩 주리를 틀면서 기다리는데.
요샌 교도소 반찬이 뭐가 나오냔 얘기, 여사에선 뭐하고 노냐는 얘기, 변호사가 해주던 징역살이 얘기, 남사에선 뭐하고 논다는 얘기,
법무부 시계도 가니까 재밌는 놀이를 많이 개발해서 징역을 잘 깨라는 얘기.
변호사가 접견을 와선 재판이야긴 한마디도 없이 노닥거리기만 하다 그 더디기로 유명한 법무부시계가 세상에 한 시간이나 흘렀습니다.

“가야겠네” 일어서시길래 하도 황당해서 물었습니다.
“왜 오셨어요?”
“진숙씨 징역살이 힘들까봐 놀아 줄라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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