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38 - 쌍용자동차 희생자
자20120519 서울역 광장.
자20120519 서울역 광장.
20120421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20120421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20111030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 집중 심리치유센터 '와락' 개소식
이정아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전 대표
참고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기억 저편으로 그리고 가슴 저 밑바닥으로 밀어붙여놔야 우리가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야 된다, 용산참사로, 그해 용산참사가 있었는데 그때 돌아가신 분들도 많으셨는데 우리는 남편이 살아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참고,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로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세월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 정혜신 박사님과 많으신 분들, 명진 스님과 레몬트리 공작단 분들, 박혜경 씨 등 많으신 분들 저희가 만났고요. 그분들을 만나서 상담을 받으면서 아, 우리가 굉장히 힘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리고 굉장히 힘들게 살았구나. 그리고 끔찍했던 기억들, 그 기억들을 가슴 속에 담아두지 말고 내뱉어야 살 수 있다는 거 그때서야 알고 제가 많이, 그 기억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 많이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많이 홀가분해졌고요. 저희가 가진 이 여유로움, 제 스스로 저 스스로 이제 좀 칭찬해 주고 싶은데 저 스스로 제가 그 기억들에서 한 단계 좀 나아가서 한 발을 딛고 조금 성숙해진 느낌을 가집니다.
제가 가진 이 넉넉함으로, 여유로움으로 다른 분들, 차마 여기 나오지 못하고 아직도 숨어있는 많은 쌍용차 가족들 손 내밀어서 꼭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감사드리고요. 하루하루가 요즘 감동입니다. 고맙습니다.
추모사
권지영 가족대책위 대표
다 늦은 저녁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에서 입고 있던 대로 반바지를 입은 채 밖으로 나갔습니다. 추웠어요. 밤바람이 너무 차다.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죽음이 아니다
이것은 공공연한 살인
예고된 타살이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은밀하게 살해당했다
교묘하게 피살당했다
잔인하게 학살당했다
그렇다 미안하지만
이 땅에서 우리는 살아서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하나의 구설수였고 사기였다
우리의 몸은 다만 경쟁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이윤을 낳을 때만이 의미 있는 하나의 나사산
언제든 대체되거나 버려질 수 있는 값싼 재료였을 뿐
우리의 생명은 이미 저 절망공장
착취의 라인에 갇혀 얌전히 일하고 있을 때부터
죽어 있었다
그마저 빼앗으려 할 때
해고는 살인이라고 마지막 저항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경찰특공대의 무자비한 진압 뿐
그렇게 이미 부재였던
당신이 떠나간다고 한다
이미 실종당했던
당신이 떠나간다고 한다
이미 감금당했던
당신이 떠나간다고 한다
이미 매장당했던
당신이 영영 떠나간다고 한다
이떤 노래가 있어 당신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어떤 시가 있어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어떤 기도가 있어서 당신의 고통을 덜어내줄 수 있을까
그것은 투쟁 뿐
피눈물로 당신을 보내며
우리는 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우리에겐 없음을
이대로는 살 수 없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장례 지내야 할 것은 동지들의 피맺힌 목숨이 아니라
저 절망의 자동차 공장임을
이제 우리는 안다
쫓겨나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이 추악한 자본주의이며
더러운 자본가들과 그 기생충들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다시 생산해야 하는 것은
이 눈먼 자본의 폭주 자동차가 아니라
진정한 호혜와 평등과 평화의 거리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다시 손에 들어야 하는 것은
몽키 스패너 건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의여야 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 안에서 다시 새로운 동지의 생명이 움트고 있는 것을
전혀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낄 해방된 시대의
인간이 내 안에 자라나오고 있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지난 시대에 우리 모두는 가난하고 소박했지만
그런 우리 모두가 이 세상을 지탱하는 아름다운 차체부였고
어둔 세상을 돌리는 엔진부였으며
추한 세상을 아름답게 칠하는 도장부였음을
이제 우리는 안다
다만 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