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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20091208 용산 남일당 옆. 유족 유영숙 씨의 손에 들린 용산참사 헌정문집『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지난 8일 저녁 용산참사 현장에서 문인과 예술인들이 만든 헌정문집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의 헌정식이 열렸습니다. 유족들한테 노란 표지의 책을 헌정한 뒤 평론가들이 선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울음이 터진 건 세 평론가 중 이선우 씨가 ‘그 죽음은,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무치는 경고였다’라는 구절을 읽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이선우 평론가가 울고 유족들이 울고 모두가 울었습니다. 망루를 불태운 것은 ‘우리’였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던 사람들의 양심이 정말 사무치게 아쉽습니다.


 

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2009년 1월 20일 용산에서 망루를 불태운 것은 우리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가치들을 내던지고 ‘뉴타운’과 ‘특목고’를 삶의 이유로 받아들인 우리 모두가 한 일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그것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괴물이었으므로 괴물같은 정부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와 민주의 공화국이 낳은 기형아가 아니라 자본과 속물의 제국이 낳은 우량아다. 그들은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밀어 붙였고 무고한 사람 6명을 죽였으며 그 후로도 당당했다. 우리는 원고인인 동시에 피고인으로서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살인 정권이다.


그 죽음은,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무치는 경고였다. 그분들을 잊는 일은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잊는 일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2009년 여름부터 용산으로 갔다. 유족들의 슬픔과 신부님들의 헌신 앞에서 문학은 한없이 무력했지만, 그 뼈아픈 자각 속에서 1인 시위를 했고 글을 썼다. 정의를 믿었고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28일 용산참사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희생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고인들을 두 번 죽였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정의는 승리할 것이고 희망은 배반되지 않을 것이다.


‘6·9 작가선언-이것은 사람의 말’에 이어 이 책을 낸다. 다급하고 절박한 현실이 이 글들을 쓰게 했고 우리는 무능력과 죄책감의 힘으로 겨우 썼다. 추천사를 써주신 문정현님, 조세희님, 한명숙님, 홍세화님, 표지를 만드신 정은경님, 그리고 실천문학사 여러분들의 힘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름들 이전에, 분노와 슬픔을 담아 거명해야 할 이름들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위정자들과 치안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가장 차가운 부분을, 망루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과 지금도 용산을 지키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바친다.


비정한 나라에 무정한 세월이 흐른다.

이 세월을 끝내야 한다.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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