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123 - 김진숙 지도위원 편지를 듣는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

 

 

20110511 서울 대한문 옆 분향소 앞.

 

쌍용콘서트 악!樂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김진숙 지도위원이 읽는 편지를 듣고 있는 김정우 지부장.

 

며칠 전 코오롱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온 가족이 벚꽃처럼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해고되기 전이라니까 8년 전 사진이다. 8년째 싸우는 노동자의 삶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아빠가 해고된 후 그 가족들은 8년 동안 소풍을 간 일도, 가족 사진을 찍은 일도, 저렇게 환하게 웃어본 일도 없을 것이다. 너희가 그렇듯이. 어버이날이 아프고, 어린이날이 아프고, 가족사진마저 상처인 사람들이 세상엔 있단다. 그럼에도 5월은 이토록 눈부시구나.

 

한 공장에서 2,646명이 짤리고, 유서도 없이 스물두 명이 죽었다. 믿었던 회사로부터 버려지고 하늘같았던 국가권력에게 그렇게 짓밟히고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가 있었겠니. 18,000원이 남은 저금통장과 늘 작업복을 곱게 다려놓았던 아빠는 너희에겐 단 하나뿐이던 세상 가장 소중한 엄마, 아빠가 쌍용자동차 열 몇 번째 사망자의 기록으로만 남겨진 사회,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걸까. 어른들이 해고로 인한 배신감과 생존에 대한 절망으로 경계에 서 있다면 너희들이 서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한진에서 아빠들이 해고돼 싸울 때 아이들은 용역놀이를 하고 놀았다. 학교 운동장 구령대 위에 올라간 아이가 “내가 진숙이다” 외치자 밑에서 용역 역할을 하던 아이가 “진숙이 잡아라” 우르르 뛰어올라와 때리고 짓밟는 놀이였다. 그날 진숙이 이모 역할을 했던 아이는 자면서도 흐느끼며 살려 달라고 했단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놀이를 하게 된 걸까. 공장을 휩싸고 있던 불안하고도 음울한 공기가 그런 상상력을 만들었겠지. 아이들의 영혼까지 잠식하는 정리해고, 아빠가 노숙하는 걸 본 태균이는 집에서도 라면 박스를 깔고 잤다. 아이들은 그 일들을 몇 살까지 기억하게 될까. 잊혀지긴 할까.

 

어제 삼성반도체에서 7년을 일하다 숨진 이윤정의 장례식. 용역들에게 둘러싸여 회사 근처에서 노제를 지내며 여덟 살, 여섯 살 아이들이 길바닥에 엎드려 엄마에게 마지막 절을 하는 송편만한 발바닥을 사진으로 봤다. 그 아이들은 그 작은 발로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한다. 돈이 인간을 지배하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이 잔인한 세상이 어린 너희들을 자꾸 상주로 만드는구나.

 

3년을 길바닥에서 싸우는 아저씨들이 저렇게 기를 쓰고 버티는 건 너희들에 대한 미안함이 클 거야. 어른들이 밉고 세상이 아무리 원망스러워도 저 아저씨들의 마음을 헤아려 힘을 내주렴.

 

쌍용자동차 동지들, 영도로 오는 희망버스의 앞을 가로막아서라도 그 버스를 평택으로 돌리고 싶었을 동지들. 우리도 절박합니다. 우리도 좀 살려 주십시오.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을 동지들.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게 희망버스를 만들어내고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동지들. 한여름 발이 짓무르고 무릎이 망가지도록 아스팔트를 걸어 평택에서 부산까지 오셨던 동지들.

 

고목나무에 이제야 싹이 돋습니다. 삼 년을 기다려온 희망이란 푸른 잎새가 돋아나 보입니다. 꼭 승리해서 공장으로 돌아갑시다. 스물두 명 그 피눈물 나는 원혼을 안고 반드시 돌아갑시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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