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348 - 재능투쟁 1,895일

 

 

 

 

20130226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앞.

 

오수영

날씨가 많이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오늘 오전부터 인터뷰를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받는 질문이 1895일이라는 시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한테 저 개인한테 1895일이라는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나 되돌아봤습니다.

 

오늘 오후에. 제가 그 투쟁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한솔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당했고 농성투쟁을 하던 와중이었습니다. 어린 아들을 어머님한테 맡기고 두 부부가 거리에 나와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895일이라는 시간은 우리 조합원들한테 악몽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아, 사람이 이런 시간을 거리에서 일상을 모두 포기하고 버틸 수 있구나. 정말 인간이 노동자가 위대하구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1895일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종탑에 올라온 지 21일째입니다. 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아직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 수많은 시간을 재능교육에게 무참히 빼앗기고 학살당하고 망가졌던 그 시간을 그냥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시간을 다시 되돌아봤을 때 그때 정말 힘들고 아팠지만 내가 잘했구나 그래서 힘든 오늘을 다시 살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구나 라고 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이십대 말 가장 빛났던 시간에 재능교육에 들어와서 십 년 이십 년을 함께한 우리 조합원들의 그 빛났던 청춘이 이제 금년이 접어드는 이 시점에 결코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가 했던 게 옳았고 그것이 학습지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한 걸음을 보탰구나 라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습니다. 반드시 승리하는 그날 땅으로 내려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민희

반갑습니다. 1895일. 여러 동지들이 걱정하셨던 대로 1895일을 넘기지 않고 저희가 지상을 밟게 되었더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사실 저희는 누구보다 재능자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여러 가지 질문을 받으면서 1895일 내가 재능교육에 처음 들어왔을 때, 노동조합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리고 이 투쟁이 시작되었을 때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1998년 2월에 재능교육에 입사했습니다. 그리고 99년 12월에 재능교육 교사 노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저희가 33일간의 파업투쟁을 통해서 노동조합의 깃발을 현장에 학습지 선생님들 특수고용 노동자 최초의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노동조합 없이 생활했던 2년 가까이, 그리고 그 후 노동조합과 함께 생활했던 학습지 선생님으로의 생활,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 우리 조합원들 모두 한마음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내가 학습지 선생님, 재능교육의 선생님이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제가 반드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고 현장에 재능교육에 노동조합의 깃발을 가지고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저는 제가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제가 재능교육에 입사해서 제 청춘을 바쳐 일했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찾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 저의 동료들도 행복했었고 제가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면 다시 재능 선생님들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분명 저는 단체협약 원상회복하고 노동조합의 깃발을 가지고 현장에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저희가 플래카드에 붙어 있듯이 11명의 복직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이지현 교사를 포함한 이 투쟁 과정에서 회사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헤어져야 했던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서 암 투쟁의 고통까지 겪어야 했던 이지현 조합원의 몫까지 당당히 챙겨서 현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 중의 하나지만 이지현 조합원이 병상에서 저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나보다 낫잖아.” 그 의미는 제가 싸울 수 있고 제가 다시 현장에 돌아가서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할 수 있다는 이지현 조합원의 간절한 바람이 저한테 전해졌습니다. 저는 이지현 조합원의 뜻이 분명 있었기에 이지현 조합원의 복직을 받아들이고 이지현 조합원의 복직을 가지고 현장에 같이 이지현 조합원과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소망하는 것. 이지현 조합원에게 단체협약안 가지고, 이지현 조합원의 계약서 가지고 이지현 조합원을 가장 먼저 찾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내려가기 위해서 이곳에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냥 내려가지 않을 것입니다. 단체협약 원상회복하고 해고자 전원 복직하고 내려가겠습니다. 1895일, 수식에 불과한 숫자에 불과한 그 숫자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싸움은 이길 때까지 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고통스럽고 조금 더 힘들겠지만 저와 저희 조합원들, 저희 조합원들 12명 이름으로 현장에 반드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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