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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 098 - 김진숙 지도위원

20110820-21 서울광장. 8.20 희망시국대회.

전화통화 내용

고맙습니다, 여러분. 김진숙이 이렇게 많은데 조남호는 하나도 안 보이는군요. 우리 조합원들이 김진숙이고, 여러분들이 김진숙이고, 희망버스를 타시는 분들이 김진숙이고, 정리해고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분들이 김진숙입니다.

85호 크레인은 서울에도 있고 인천, 수원, 광주, 전주, 울산, 충청도, 강원도, 그리고 제주에도 있습니다. 희망버스가 오기 전까지 한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알았습니까? 희망버스가 없었다면 청문회가 열리지도 않았고 조남호가 영구 닮은 걸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희망버스는 절망 속에 갇혀 있던 우리 조합원들에게 기꺼이 손 내밀어 주셨습니다.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향해 내밀었던 그 손은 참 따뜻했습니다. 그 손은 생명의 손이었고 평화의 손이었습니다.

쓰러진 이를 한 번도 일으켜보지 않은 자들이 어찌 이 손의 따뜻함을 알겠습니까. 우는 사람의 눈물을 한 번도 닦아 준 적이 없는 자들이 어찌 연대의 의미를 알겠습니까. 정리해고가 어떤 건지, 해고된 이후로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저들은 모릅니다.

아홉 살짜리 아이가 정리해고 철회해 달라고, 일곱 살짜리 아이가 조남호 아저씨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편지를 쓰는 나라에 우리가 삽니다. 같은 사원아파트에서 태어나 같이 자라고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아빠가 산 자, 죽은 자로 나뉘면서 친구마저 잃은 아이들입니다.

검은 옷 입은 용역들에게 아빠가 끌려나오는 걸 본 이후 검은 옷 입은 사람만 보면 운다는 아이들입니다. 가족들을 그려보라니까 아빠가 없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아빠랑 같이 목욕가는 거라는 저 아이들. 목이 마르면 정수기로 가는 게 아니라 화장실 수도꼭지 물을 받아먹는 저 아이들. 이 슬픈 현실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합니까. 눈이 짓무르도록 울었던 저 아이의 엄마들이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길에서 울고 집에서 울던 저 아이들이 급식 때문에 학교에서마저 울어야 하는 차별의 대물림은 끝내야 합니다. 생목숨을 죽여 놓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를 모른다는 저들의 뻔뻔함을 끝내야 합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뜸을 들이고 최대한 어눌하게 말하라는 각본에 따라 ‘영구 없다’ 놀이를 하는 저들의 가면을 이제는 벗겨야 합니다. 그 영구만들기 프로젝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인내력과의 싸움이다. 시종일관 똑같은 말을 시종일관 어눌하게.’ 과연 인내의 대마왕이십니다.

저 사람 잡는 인내를 꺾으려면 4차 희망버스는 더 커져야 합니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합니다. 크레인 중간지점 사수대 신동순 동지가 오늘로 단식 6일쨉니다. 오늘까지 단식을 만류하느라 조합원들에게도 알리지를 못했는데 결국 신 동지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리해고 철회는 물론 용역들이 밥그릇까지 열어보고 금속탐지기를 들고 생필품마저 금지하는 비인간적인 처우와 이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에 온몸으로 맞서는 단식입니다.

희망버스 기획단과 승객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변함없는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저는 설날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우리 사수대 동지들 추석만큼은 가족들과 보내게 해주십시오. 4차 희망버스가 그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십시오. 희망버스가 승리의 버스가 되는 그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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